수술을 앞두고 약을 정리하다 보면 가장 헷갈리는 약이 아스피린입니다.
“피가 묽어지는 약이라는데 계속 먹어도 되나요?”
“심장 스텐트가 있는데 중단해도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수술 전 아스피린은 복용 이유와 수술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환자에게는 중단이 필요하고, 어떤 환자에게는 갑자기 끊는 쪽이 더 위험합니다.[1]
그래서 원칙은 하나입니다. 스스로 판단해 끊지 말고,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과 아스피린을 처방한 의사에게 반드시 확인합니다.
목차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요?
수술 전 아스피린을 판단할 때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왜 아스피린을 먹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수술을 받는가입니다.[1]
아스피린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피가 굳는 과정을 줄이는 약입니다. 그래서 심장혈관이나 뇌혈관 질환의 재발을 막는 데 쓰이지만, 동시에 수술 중 출혈 위험과도 관련됩니다.
“피가 묽어지니까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스피린은 수술 전 임의로 끊으면 안 됩니다.
- 심장 스텐트가 있거나 심혈관 질환 때문에 복용 중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 1차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이라면 수술 전 중단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출혈 위험이 큰 수술에서는 중단 여부를 더 신중히 판단합니다.
- 중단이 필요하다면 보통 며칠 전부터 계획적으로 중단합니다.
- 수술 후 다시 시작하는 시점도 의료진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즉 아스피린은 “끊을지 말지”보다 “왜 먹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약입니다.
아스피린 외에 함께 복용 중인 다른 약의 수술 전 원칙은 수술 전 약은 먹어도 되나요? 글에 정리했습니다.
아스피린은 왜 수술 전 문제가 되나요?
아스피린은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는 기능을 억제합니다. 혈소판은 피가 날 때 지혈을 돕는 세포이므로, 복용 중에는 피가 쉽게 멈추지 않거나 멍이 잘 들 수 있습니다.
수술에는 절개, 조직 박리, 지혈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하면 수술 중이나 수술 후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2]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심장 스텐트,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예방을 위해 복용 중이라면 중단했을 때 혈전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관상동맥 스텐트를 넣은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갑자기 중단하면 스텐트 혈전 같은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 아스피린은 출혈 위험과 혈전 위험을 함께 봐야 합니다.
복용하는 이유가 중요합니다
아스피린 복용 이유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첫째,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의 재발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입니다. 다음과 같은 병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심근경색을 겪은 적이 있는 경우
- 협심증이 있는 경우
- 관상동맥 스텐트를 넣은 경우
-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은 경우
-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발작 병력이 있는 경우
-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이런 경우를 2차 예방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있었던 심혈관·뇌혈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복용입니다.
둘째, 특별한 심혈관 질환은 없지만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입니다.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 “나이가 들어 예방 차원에서”, “가족력이 걱정되어서”처럼 시작한 경우로, 1차 예방에 가깝습니다.
수술 전에는 이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2차 예방 목적이라면 중단에 따른 혈전 위험을 반드시 고려하고, 1차 예방 목적이라면 출혈 위험 때문에 중단을 안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1]
심장 스텐트가 있으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스텐트는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기 위해 넣는 구조물입니다. 스텐트 안에 혈전이 생기면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삽입 후에는 일정 기간 항혈소판제를 복용합니다.
스텐트가 있는 환자에서 아스피린 중단은 환자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음을 함께 봅니다.
- 스텐트를 언제 넣었는지
- 어떤 종류의 스텐트인지
- 아스피린만 복용 중인지, 다른 항혈소판제도 함께 복용 중인지
- 수술의 출혈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 수술을 미룰 수 있는지
- 심장내과에서 중단을 허용했는지
최근 가이드라인은 관상동맥 스텐트가 있는 환자에서 수술 전후 아스피린을 가능하면 유지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1][3] 다만 출혈 위험이 매우 큰 수술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약물용출 스텐트를 넣은 지 1년이 지난 환자가 저·중등도 위험의 예정 비심장수술을 받은 연구(926명)에서는, 아스피린을 유지한 군과 끊은 군의 사망·심근경색·스텐트 혈전·뇌졸중 발생이 0.6%와 0.9%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스텐트 혈전은 양쪽 모두 없었습니다.[4][5]
다만 사건 수가 예상보다 적어 검정력이 부족했고, 이 결과는 스텐트를 넣은 지 1년이 지난 안정적인 환자에 한정됩니다. 최근에 스텐트를 넣었거나 출혈 위험이 높은 수술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스텐트가 있다면 수술 전 반드시 수술팀, 마취과, 심장내과가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스텐트를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다른 항혈소판제를 함께 복용 중이라면 수술 일정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미리 알려야 합니다.
어떤 수술에서 끊어야 할 수 있나요?
출혈이 조금만 생겨도 문제가 큰 수술에서는 중단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합니다.[2]
- 뇌수술
- 척추관이나 척수 주변 수술
- 눈 안쪽 수술
- 일부 이비인후과 수술
- 출혈 시 시야 확보가 중요한 수술
- 큰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
- 신경축 마취가 고려되는 경우
이런 수술에서는 작은 출혈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혈전 위험보다 출혈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중단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출혈 위험이 낮은 일부 시술에서는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해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 종류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아스피린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 “출혈이 걱정돼서 미리 끊었다”입니다. 선의로 한 판단이지만, 2차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이라면 그 자체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올릴 수 있습니다.
끊을지 말지는 환자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알려야 할 사실입니다. 약 봉투를 챙겨 가서 “이 약을 이 이유로 먹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수술 전 아스피린은 무조건 끊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복용 이유와 수술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심장 스텐트나 심혈관 질환 때문에 복용 중이라면 임의로 끊으면 안 됩니다.
혈액순환 목적으로 먹는 아스피린도 말해야 하나요?
네. 반드시 말해야 합니다. 예방 목적이나 혈액순환 목적으로 복용 중이어도 출혈 위험과 관련되므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심장 스텐트가 있으면 아스피린을 계속 먹어야 하나요?
대부분 가능하면 유지하는 방향으로 판단하지만, 수술의 출혈 위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심장내과와 수술팀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아스피린 대신 타이레놀을 먹어도 되나요?
통증 조절 목적이라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진통제가 허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질환과 수술 종류에 따라 다르므로 병원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며칠 전에 끊는지, 실수로 먹었거나 임의로 끊었을 때 어떻게 하는지, 수술 후 언제 다시 먹는지는 수술 전 아스피린, 며칠 전에 끊나요?에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 2024 AHA/ACC Guideline for Perioperative Cardiovascular Management for Noncardiac Surgery.
- CHEST Guideline. Perioperative Management of Antithrombotic Therapy.
- Cleveland Clinic Journal of Medicine. 2024 ACC/AHA guideline on perioperative cardiovascular management before noncardiac surgery: What’s new?
- ACC Journal Scan. Aspirin Monotherapy vs No Antiplatelet Therapy in Stable Patients With DES Undergoing Noncardiac Surgery.
-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ASSURE DES trial press relea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