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날짜를 잡으면 검사부터 시작됩니다. 피를 뽑고, 가슴 사진을 찍고, 가슴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입니다.
그런데 옆자리 사람은 하지 않은 검사를 나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나만 빠지기도 합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검사 항목은 병원이 정해 둔 세트라기보다 두 가지 축으로 정해집니다. 어떤 수술을 받는지, 그리고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떤지입니다.
목적도 생각과 조금 다릅니다. 이상이 있는지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마취와 수술 계획을 바꿀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목차
검사는 무엇을 알아내려고 하나요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수술이 결정되고 마취가 계획되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마취 전 환자평가와 처치를 한다고 안내합니다.[5]
검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일부 장기의 이상이 동반된 경우, 수술 전에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를 지시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5]
미국마취과학회의 마취 전 평가 권고는 검사의 목적을 셋으로 나눕니다.[1]
- 마취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을 찾아내는 것
- 이미 알고 있는 질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
- 그에 맞춰 마취 계획과 대안을 세우는 것
세 가지 모두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검사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같은 권고에는 한 문장이 더 있습니다. 수술 전 검사를 일상적으로 지시해서는 안 되며, 의무기록·문진·진찰과 예정된 시술의 침습도를 근거로 선택적으로 시행하라는 것입니다.[1]
그래서 검사 항목을 정하는 입력값은 마취 전 문진입니다. 문진에서 나온 이야기가 검사지를 바꿉니다.
피검사는 무엇을 보나요
수술 전 혈액검사에서 흔히 묶이는 항목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NICE 지침은 각 검사를 이렇게 정의합니다.[2]
- 전혈구검사 — 혈색소, 백혈구 수, 혈소판 수
- 신장기능 — 추정 사구체여과율, 전해질, 크레아티닌, 때로 요소질소
- 지혈(응고) 검사
- 당화혈색소(HbA1c)
이 목록이 전부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항목마다 조건이 다릅니다.
지혈 검사는 NICE의 수술 등급별 표에서 대부분 일상적으로 시행하지 않음에 놓여 있습니다. ASA 3~4 환자의 중등도·대수술에서 만성 간질환이 있을 때 고려 대상이 됩니다.[2]
당화혈색소는 당뇨 진단이 없는 사람에게 일상적으로 시행하지 않습니다.[2] 당뇨가 있고 최근 3개월 안에 검사한 적이 없다면 시행하도록 권고됩니다.[2]
지금 먹는 약도 검사 결정에 들어갑니다. NICE는 어떤 검사를 시행할지 정할 때 복용 중인 약을 함께 고려하라고 적습니다.[2]
심전도는 누구에게 하나요
심전도는 모두가 찍는 검사처럼 보이지만, 지침에서는 조건이 붙습니다.
NICE는 수술을 소수술·중등도 수술·대수술로 나누고, 환자를 ASA 등급으로 나눠 표로 정리했습니다.[2] ASA 등급은 환자가 스스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전신 상태를 의료진이 분류하는 방식입니다.[2]
| 수술 크기 | ASA 1~2 | ASA 3~4 |
|---|---|---|
| 소수술 | 일상적으로 시행하지 않음 | 최근 12개월 결과가 없으면 고려 |
| 중등도 수술 | ASA 1은 시행하지 않음. ASA 2는 심혈관·신장·당뇨 동반 시 고려 | 시행 |
| 대수술 | ASA 1은 65세 초과이고 12개월 내 결과가 없으면 고려. ASA 2는 시행 | 시행 |
지병이 있으면 항목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수술이라도 고령이나 지병에 따라 위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표는 영국 NHS 기준입니다. 국내에서는 병원마다 기본 검사 세트를 정해 두고 일괄 시행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니 내 검사지가 이 표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기준이 어디서 왔는지가 다를 뿐입니다.
안 하는 검사도 정해져 있습니다
NICE 지침에는 일상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항목이 있습니다.[2]
- 흉부 X선
- 안정 시 심초음파
- 소변 딥스틱 검사
- 겸상적혈구 질환·형질 검사
심초음파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심잡음과 함께 숨참·실신 전 느낌·실신·흉통 같은 심장 증상이 있거나, 심부전의 징후나 증상이 있으면 고려합니다.[2]
이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심초음파를 내기 전에 안정 시 심전도를 먼저 시행하고 마취과와 상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2]
흉부 X선이 목록에 없다고 폐를 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상이나 병력에서 이유가 나오면 시행합니다.
검사가 빠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문진과 진찰입니다.
검사가 적으면 덜 안전한가요
백내장 수술에서 큰 무작위 시험이 있었습니다. 18,189명이 받은 19,557건의 수술을 일괄 검사를 하는 군과 하지 않는 군으로 나눴습니다.[3]
합병증 발생률은 두 군 모두 수술 1,000건당 31.3건으로 같았습니다.[3] 연구진은 백내장 수술 전 일괄 검사가 수술의 안전성을 측정 가능한 정도로 높이지는 않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3]
외래 수술에서도 1,061명을 무작위로 나눈 연구가 있었습니다. 지시된 검사를 시행한 군과 시행하지 않은 군 사이에 수술 전후 및 30일 이내 이상반응 발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4]
여기서 멈추면 오해가 됩니다. 두 연구는 모두 저위험 수술입니다. 뒤쪽 연구의 저자들도 파일럿 연구이며 더 큰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4]
실제로 NICE는 대수술에서는 ASA 등급과 무관하게 전혈구검사를 시행하도록 두고 있습니다.[2]
이 연구들이 말하는 것은 검사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위험 수술에서 모두에게 같은 세트를 돌리는 방식이 안전을 더해주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검사를 두 번 하지 않으려면
미국마취과학회 권고는 의무기록에 있는 검사 결과가 수술 6개월 이내이고 병력에 큰 변화가 없다면 대체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1]
NICE의 심전도 권고에도 최근 12개월 안에 결과가 없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고,[2] 당뇨가 있는 사람의 당화혈색소는 3개월이 기준입니다.[2]
그래서 최근 건강검진 결과지나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가 있다면 가져가는 편이 좋습니다.
임신 가능성도 확인 항목입니다. NICE는 수술 당일 가임기 여성에게 임신 가능성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묻도록 권고합니다.[2]
수술 전 준비의 전체 순서는 수술 전 준비 체크리스트에 시점별로 정리했습니다.
검사지가 두껍다고 더 안전한 것도, 얇다고 소홀한 것도 아닙니다. 항목의 개수보다 그 항목을 고른 이유가 중요합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최근에 받은 검사 결과와 지금 먹는 약을 그대로 전하는 것입니다. 그 정보가 검사지를 바꾸고, 검사지가 마취 계획을 바꿉니다.
자주 묻는 질문
건강검진을 최근에 받았는데 또 해야 하나요?
결과지를 가져가면 다시 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 생깁니다. 미국마취과학회 권고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대체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1] 심전도는 12개월이 기준으로 쓰입니다.[2]
다만 최종 판단은 병력 변화와 수술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검사를 적게 하면 대충 보는 건가요?
지침은 하지 않는 것도 권고로 적어 둡니다. 흉부 X선과 안정 시 심초음파, 소변 딥스틱은 일상적으로 시행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2]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수술이 취소되나요?
결과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미국마취과학회 권고에서 검사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계획과 대안을 세우는 것입니다.[1]
추가 검사나 협진, 일정 조정 가운데 무엇이 이어질지는 결과와 수술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도 같은 기준인가요?
아닙니다. 위에서 인용한 NICE 지침은 16세를 넘는 사람의 예정 수술을 대상으로 하고, 임신부와 심장흉부수술·신경외과 수술은 다루지 않습니다.[2]
참고문헌
-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 Task Force on Preanesthesia Evaluation. Practice Advisory for Preanesthesia Evaluation: An Updated Report. Anesthesiology. 2012;116(3):522-38.
-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Routine preoperative tests for elective surgery (NG45). Published 5 April 2016.
- Schein OD, et al. The value of routine preoperative medical testing before cataract surgery. N Engl J Med. 2000;342(3):168-75.
- Chung F, et al. Elimination of preoperative testing in ambulatory surgery. Anesth Analg. 2009;108(2):467-75.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전신마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