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검사에서 간수치가 높거나 간경변증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이것입니다.
“마취해도 괜찮을까?”
하지만 수술 전 위험은 AST, ALT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간이 수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가?
수술과 마취는 몸에 여러 변화를 일으킵니다. 금식, 출혈, 혈압 변화, 수액 이동, 감염 위험, 약물 대사 부담이 함께 생길 수 있습니다.
간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변화도, 간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회복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간질환 환자의 수술 전 평가에서 왜 간수치보다 간 예비능이 중요한지, 그리고 간경변증 환자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대상성 간경변증과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차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핵심 요약
- 간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든 수술과 마취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하지만 간수치만으로 수술 위험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 간경변증이 있다면 대상성 간경변증인지, 비대상성 간경변증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황달, 급성 신손상은 중요한 위험 신호입니다.
- INR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수혈로 정상화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수술 전 평가는 간수치를 예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이 간이 수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목차
1. 간수치만으로 수술 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
많은 분들이 간 평가를 생각하면 AST와 ALT를 먼저 떠올립니다.
AST와 ALT는 간세포 손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검사입니다. 그래서 수술 전 검사에서 이 수치가 높게 나오면 걱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간수치는 중요합니다.
급성 간염처럼 간세포 손상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수술의 긴급성과 환자 상태를 함께 고려해 계획 수술 연기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ST, ALT가 수술 위험을 전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간경변증이 오래 진행된 환자는 AST, ALT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도 간의 예비능이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간 예비능은 쉽게 말해, 평소에는 버티고 있던 간이 수술, 출혈, 감염, 저혈압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그래서 수술 전에는 단순히 “간수치가 몇인가?”보다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 환자에게 간경변증이 있는가?
복수가 있는가?
간성뇌증 병력이 있는가?
정맥류 출혈 병력이 있는가?
황달이 있는가?
신장 기능은 괜찮은가?
수술은 큰 수술인가, 작은 수술인가?
계획 수술인가, 응급 수술인가?
간수치는 출발점입니다.
수술 전 평가는 그보다 넓게, 간질환의 단계와 환자의 전신 상태를 함께 보는 과정입니다.
2. 간경변증에서는 대상성인지, 비대상성인지가 중요합니다
간경변증은 모두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같은 간경변증이라도 아직 큰 합병증 없이 버티고 있는 경우가 있고, 이미 복수나 간성뇌증 같은 합병증이 나타난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구분이 대상성 간경변증과 비대상성 간경변증입니다.
대상성 간경변증은 간경변은 있지만 아직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같은 큰 합병증 없이 버티고 있는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간은 딱딱해지고 손상되어 있지만, 몸이 아직 어느 정도 보상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 경우 수술이 무조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상 간은 아니기 때문에 수술 전에는 숨어 있는 문맥고혈압, 혈소판 감소, 영양 상태, 신장 기능, 수술 종류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은 간이 더 이상 충분히 보상하지 못해 합병증이 겉으로 드러난 상태입니다.
대표적인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복수
간성뇌증
식도·위정맥류 출혈
황달
급성 신손상
심한 저나트륨혈증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같은 감염
이런 신호가 있으면 단순히 “간이 조금 안 좋은 환자”로 보면 안 됩니다.
이미 간의 예비능이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 후 복수 악화, 의식 변화, 감염, 신장 기능 저하,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가 계획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먼저 복수·감염·간성뇌증·신장 기능 저하 같은 문제를 조절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수술 시점과 방법을 여러 진료과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응급 수술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술을 진행하되, 고위험 환자로 보고 수술 전후 감시와 협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대상성 간경변증과 비대상성 간경변증 비교
| 구분 | 대상성 간경변증 | 비대상성 간경변증 |
|---|---|---|
| 상태 | 아직 큰 합병증 없이 버티는 상태 | 복수·뇌증·출혈 등 합병증이 나타난 상태 |
| 수술 전 의미 | 진행 가능성 평가 | 최적화·연기 가능성 검토 |
| 핵심 질문 | 숨어 있는 위험은 없는가? | 지금 수술해도 버틸 수 있는가? |
3. 의료진은 어떤 점수를 참고할까요?
간경변증 환자의 수술 위험을 평가할 때 의료진은 여러 도구를 참고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Child-Pugh 점수와 MELD 점수입니다.
Child-Pugh 점수는 빌리루빈, 알부민, INR, 복수, 간성뇌증 등을 함께 보고 간질환의 정도를 평가합니다.
MELD 점수는 빌리루빈, INR, 크레아티닌 등을 이용해 간질환의 예후를 평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두 점수 모두 중요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Child-Pugh와 MELD는 주로 “간이 얼마나 나쁜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수술 전 위험은 간 기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간경변증 환자라도 작은 탈장 수술과 큰 복부 수술의 위험은 다릅니다. 계획 수술인지 응급 수술인지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VOCAL-Penn 같은 간경변증 환자용 수술 위험도 계산기도 활용됩니다.
VOCAL-Penn은 나이, 알부민, 빌리루빈, 혈소판, BMI, ASA class, 응급 수술 여부, 수술 종류 등을 함께 반영해 간경변증 환자의 수술 후 위험을 예측하는 도구입니다.
쉽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Child-Pugh와 MELD가 “간이 얼마나 나쁜가”를 보는 점수라면,
VOCAL-Penn은 “이 간경변증 환자가 이 수술을 받으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는 도구입니다.
물론 계산기 결과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미룰 수 있는지, 수술 전 무엇을 조절해야 하는지, 수술 후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INR이 높으면 무조건 수혈해야 할까요?
간질환 환자에서 자주 보는 검사 중 하나가 INR입니다.
INR은 혈액응고 상태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수치입니다. 그래서 INR이 올라가 있으면 출혈 위험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간경변증에서는 INR 하나만으로 실제 출혈 위험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간은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인자도 만들지만,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인자도 만듭니다. 간경변증에서는 이 두 시스템이 함께 변하기 때문에 INR만 보고 “피가 많이 날 환자”라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INR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예방적으로 혈장을 수혈하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불필요한 수혈은 체액 과부하를 만들 수 있고, 문맥고혈압이 있는 환자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INR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INR은 여전히 중요한 참고 검사입니다. 다만 간경변증에서는 INR 하나만으로 실제 출혈 위험이나 수혈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간경변증 환자에서 중요한 것은 “INR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출혈 병력, 수술 또는 시술의 종류, 혈소판 수치, 섬유소원 수치, 환자의 전신 상태를 함께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수술 전 의료진이 확인하는 것들
간질환 환자의 수술 전 준비는 간수치를 낮추는 것만이 아닙니다.
의료진은 다음을 확인합니다.
수술 전 체크리스트
- 현재 간질환이 급성으로 악화 중인지
- 간경변증이 있다면 대상성인지, 비대상성인지
-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병력이 있는지
- 황달, 감염, 급성 신손상은 없는지
- 알부민, 빌리루빈, 혈소판, 크레아티닌은 어떤지
- 수술이 계획 수술인지 응급 수술인지
- 수술 자체가 작은 수술인지, 큰 복부·흉부·심장 수술인지
- 수술 후 집중 관찰이 필요한지
특히 간질환 환자에서 신장 기능 저하는 매우 중요한 위험 신호입니다.
금식, 탈수, 이뇨제, 진통소염제, 저혈압, 감염이 겹치면 수술 전후로 신장 기능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약물 점검도 중요합니다.
진통소염제, 이뇨제,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진정제, 수면제 등은 환자 상태와 수술 종류에 따라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중단하거나 변경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수술 후 관찰 계획도 미리 세워야 합니다.
간질환 환자는 수술이 끝났다고 위험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수술 후 며칠 동안 복수 악화, 의식 변화, 감염, 신장 기능 저하, 출혈, 황달 악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6. 마취과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볼까요?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간질환 환자를 볼 때 단순히 “어떤 마취약을 쓸까?”만 고민하지 않습니다.
약물 선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술 전후로 환자의 생리적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다음을 중요하게 봅니다.
저혈압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지
수액이 과하게 들어가지 않는지
신장 기능이 악화되지 않는지
혈당과 전해질 이상은 없는지
체온 저하가 생기지 않는지
진정제나 마약성 진통제의 영향이 오래 남지 않는지
수술 후 의식 변화가 간성뇌증은 아닌지
간질환 환자의 마취 관리는 “간에 덜 나쁜 약 하나를 고르는 일”만은 아닙니다.
수술 전, 수술 중, 수술 후 전체 과정에서 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환자를 안전하게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고령이나 지병이 있을 때의 전신마취 이야기는 고령·지병이 있으면 전신마취가 더 위험한가요?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7. 수술 전 의료진에게 물어보면 좋은 질문
간질환이 있거나 간경변증을 진단받은 상태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다음 질문을 의료진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제 간질환은 현재 안정적인 상태인가요?
간경변증이 있다면 대상성인가요, 비대상성인가요?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위험은 없나요?
수술 전 조절해야 할 감염이나 신장 기능 문제는 없나요?
INR, 혈소판, 알부민, 빌리루빈, 크레아티닌 수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수술 후 일반 병실 관찰로 충분한가요, 더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한가요?
수술 전후에 중단하거나 조정해야 할 약이 있나요?
이 질문들은 수술을 막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수술 전후 위험을 더 잘 이해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FAQ
간수치가 높으면 수술이나 마취를 못 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간수치가 약간 높다고 해서 모든 수술이나 마취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간수치가 왜 올라갔는지, 급성 간손상인지, 간경변증이 있는지, 수술 자체가 얼마나 큰 수술인지 함께 평가하는 것입니다.
특히 급성 간염처럼 현재 간 손상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수술의 긴급성과 환자 상태를 고려해 계획 수술 연기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이 있어도 전신마취를 받을 수 있나요?
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간경변증이 있다면 대상성인지, 비대상성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황달, 급성 신손상 같은 신호가 있으면 수술 전후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간경변증 환자는 수술 전 소화기내과, 수술과, 마취통증의학과가 함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NR이 높으면 수술 전에 혈장을 맞아야 하나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INR은 중요한 검사이지만,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INR 하나만으로 실제 출혈 위험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수혈 여부는 수술의 종류, 출혈 병력, 혈소판 수치, 섬유소원 수치, 환자의 상태를 함께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수술 전 간질환이 있으면 어떤 진료과와 상의해야 하나요?
간질환의 정도와 수술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간경변증이 있거나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황달, 급성 신손상 같은 위험 신호가 있다면 소화기내과 또는 간 전문 진료과, 수술과, 마취통증의학과가 함께 수술 전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Beacon Lab의 한마디
간질환 환자의 수술 전 평가는 간수치를 정상으로 만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핵심은 이 간이 수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특히 간경변증에서는 대상성인지, 비대상성 신호가 있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수술 전 준비 전체를 시점 순서로 보고 싶다면 수술 전 준비, 언제 무엇부터 하면 되나요?에 2주 전부터 당일 아침까지 정리했습니다.
참고문헌
- AGA Clinical Practice Update on Surgical Risk Assessment and Perioperative Management in Cirrhosis
- 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BASL guidance: Risk assessment of patients with cirrhosis prior to elective non-hepatic surgery
- AASLD. Peri-Procedural Management of Bleeding Risk in Cirrhosis
- VOCAL-Penn Cirrhosis Surgical Risk Score
- External Validation of the VOCAL-Penn Cirrhosis Surgical Risk S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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